Home >

늦은 저녁

2002.12.13 19:32

윤성택 조회 수:170




모두다 퇴근한 저녁,
오토바이로 중요한 물건이 오는 중이라
이렇게 턱 괴고 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멀리 캄캄한 어둠 저편,
가로등이 소혹성처럼 떠 있네요.
저 불빛의 자전과 공전이
이 저녁 적당한 허기와 기다림을
통과하고 나면,
나는 아마도 이 은하를 떠나
집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온풍기 바람이 가만가만
화분의 잎새들을 흔들고,
방금 피어난 사각티슈에 머뭅니다.
세상의 꽃도 저 티슈처럼
뿌리보다 뽑아 올려지는 힘으로
버텼던 것은 아닐까.
함부로 터진 빈츠 비스킷상자,
초콜릿색이 뜯어져나간
종이의 속살도 지금은
어떤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근처에 왔다고
전화가 왔네요.
얼른 물건 받아 놓고
고즈넉한 가로등을 따라
나도 낯익은 한 점 불빛으로
따뜻하게 켜지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8 근황과 청바지 윤성택 2002.03.02 171
1777 아름다운 미소 [1] 윤성택 2002.04.04 171
1776 이 장한 몸짓들! [2] 윤성택 2002.06.05 171
1775 잘생긴 시인님^^ [1] 이진선 2003.02.21 171
1774 안부 전합니다. [2] 규하 2004.05.28 171
1773 그리웠습니다. [1] 고경숙 2005.04.04 171
1772 그리움...^^ [2] 날개 2006.06.22 171
1771 이런 생각, 백스물아홉 [1] 김솔 2007.10.27 171
1770 영상시, 감 윤성택 2002.10.04 170
» 늦은 저녁 [1] 윤성택 2002.12.13 170
1768 가을, [3] 최을원 2003.08.31 170
1767 시 향기로 여는 아침 [1] 한 잎 2004.08.09 170
1766 느림 2 [9] 소리샘 2004.12.15 170
1765 [re] 축하와 마일리지 윤성택 2005.10.19 170
1764 겨울 어스름 윤성택 2001.11.28 169
1763 봄을 맞으러 [2] 윤성택 2002.02.23 169
1762 맑은 하늘 [4] 윤성택 2002.03.06 169
1761 비 잠시 그치고 [2] 이창호 2002.08.16 169
1760 청년실업단 [2] 박초월 2003.09.26 169
1759 페.르.소.나 [1] 윤미진 2004.04.07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