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다 퇴근한 저녁,
오토바이로 중요한 물건이 오는 중이라
이렇게 턱 괴고 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멀리 캄캄한 어둠 저편,
가로등이 소혹성처럼 떠 있네요.
저 불빛의 자전과 공전이
이 저녁 적당한 허기와 기다림을
통과하고 나면,
나는 아마도 이 은하를 떠나
집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온풍기 바람이 가만가만
화분의 잎새들을 흔들고,
방금 피어난 사각티슈에 머뭅니다.
세상의 꽃도 저 티슈처럼
뿌리보다 뽑아 올려지는 힘으로
버텼던 것은 아닐까.
함부로 터진 빈츠 비스킷상자,
초콜릿색이 뜯어져나간
종이의 속살도 지금은
어떤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근처에 왔다고
전화가 왔네요.
얼른 물건 받아 놓고
고즈넉한 가로등을 따라
나도 낯익은 한 점 불빛으로
따뜻하게 켜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