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늦은 저녁

2002.12.13 19:32

윤성택 조회 수:211




모두다 퇴근한 저녁,
오토바이로 중요한 물건이 오는 중이라
이렇게 턱 괴고 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멀리 캄캄한 어둠 저편,
가로등이 소혹성처럼 떠 있네요.
저 불빛의 자전과 공전이
이 저녁 적당한 허기와 기다림을
통과하고 나면,
나는 아마도 이 은하를 떠나
집으로 가고 있을 것입니다.
온풍기 바람이 가만가만
화분의 잎새들을 흔들고,
방금 피어난 사각티슈에 머뭅니다.
세상의 꽃도 저 티슈처럼
뿌리보다 뽑아 올려지는 힘으로
버텼던 것은 아닐까.
함부로 터진 빈츠 비스킷상자,
초콜릿색이 뜯어져나간
종이의 속살도 지금은
어떤 그리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근처에 왔다고
전화가 왔네요.
얼른 물건 받아 놓고
고즈넉한 가로등을 따라
나도 낯익은 한 점 불빛으로
따뜻하게 켜지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8 형의 흔적을 보았어 [1] 에릭 2002.12.16 196
1157 정전기 [1] 2002.12.16 218
1156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1] 소화 2002.12.14 192
1155 늦은 인사 [1] 2002.12.14 119
» 늦은 저녁 [1] 윤성택 2002.12.13 211
1153 매서운 바람 끓어들여 변신 시키기 [2] 송은주 2002.12.12 192
1152 겨울잠, [1] 조상호 2002.12.10 202
1151 엄청엄청 [1] 박경희 2002.12.09 200
1150 굴광성...굴지성. [1] 김솔 2002.12.08 191
1149 프레드릭 [1] 조은영 2002.12.07 186
1148 시산맥 송년회 안내 [1] 문정영 2002.12.05 186
1147 모자란 동심 [1] 진지한 2002.12.05 232
1146 지독한 이별 [1] 소야 2002.12.04 200
1145 접시에 물이 마를 때 [2] 문춘식 2002.12.03 192
1144 #아주 깨끗하게 잘 짜여졌네 [1] 서지월 2002.12.02 228
1143 마지막 한 장 [1] 정승렬 2002.12.01 201
1142 서른즈음에 [1] 사람 2002.11.29 207
1141 사랑니 [1] 박경희 2002.11.28 211
1140 폴 세잔과 에밀 졸라 [1] 조은영 2002.11.28 168
1139 이름만 알고 있던 님의 방 [1] 문춘식 2002.11.28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