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편지 중에서 또 다른 문구가 나를 슬프게 하네. 생각만틈 결과가 안 나온다면서 붓을 천장에 집어 던졌다지? 왜 그토록 조급하고 왜 그토록 변덕이 죽 끓듯 하지? 자네가 여러 해 동안 그림을 공부하고, 또 수천 번 그림을 그렸는데도 그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 이해하겠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데도 잘 할 수 없었다면, 팔레트와 캔버스와 붓을 마구 짓밟아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여태까지 자네는 미술이나 한번 해볼까 하면서 망설이는 것이 전부였지 않나. 자네는 아직 진지하게 해보겠다고 대들지도 않았고, 작업도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능하다느니 어쩌니 할 계제가 아니라 생각하네. 그러나 용기를 가지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해 동안 참으면서 연구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게."
세잔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던 졸라의 편지 중에서
*독자적인 조형미학의 경지를 열었던 프랑스의 화가 세잔은 원래 법학도 였다는군요. 미술을 모르는 제가 "세잔"을 기억하게 된 것도 세잔에게 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하도록 격려하고 물질적인 도움을 주었던 죽마고우 에밀 졸라 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싸롱전에 매번 낙선하는 세잔을 위해 미술비평까지 했던 졸라의 우정은 그의 소설 <작품>이라는 소설 때문에 꺾이고 맙니다. 자신의 재능없음을 비관하며 자살한 <작품>의 주인공인 화가를 자신으로 착각한 세잔 때문이었죠. 그러나 1902년 8월 29일 졸라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당했을때 가장 슬퍼했던 사람은 역시 세잔이었답니다.
요즘 저도 세잔처럼 에밀졸라의 충고와 격려에 힘입어 지냅니다. 졸라와 같은 친구가 있는지 살펴 보기도 하고 또 저도 그런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소망하며 말이죠.
시인님도 졸라와 같은 친구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