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동한 시간에 닳고닳아
결국은 자신을 겨누는 가시가 되고말 뼈라곤
단 한 조각도 없는 식물에게는
굽어지는 성질이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
빛을 사모하여 팔을 뻗는 자들과 빛을 증오하여 웅크리는 자들,
중력의 길 위에 발을 내려놓는 자들과 발을 구부려 팔처럼 하늘로 뻗는 자들,
대개의 나무는
빛을 사모하여 팔을 길게 뻗으면서도
자신의 그림자에 기댄 지상의 생명들이 안쓰러워
차마 중력의 길 위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있어,
결국 평생을 날아오르는 자세로 서서
살점 한 조각 남지 않은 생선 가시처럼 굳어가는데,
대개의 문청들은,
글을 사모하여 목을 길게 빼어두고 있으면서도
날끝에 새긴 자신의 이력이 지워질까 두려워
차마 둔감의 시간 길 위에서 가슴을 떼어내지 못하고,
결국 평생을 쓰러지는 모습으로 서서
행복한 기억 한 방울 남지 않은 빈 술병처럼 굴러다니는데,
어찌하면,
<바벨의 도서관>에 영원히 보관될 수 있는
글 한 편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을 잘라내고
거세조차도 필요없는 노새처럼
안전한 생을 받아들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이곳에 들러
또 부질없는 푸념만 늘어놓고 마는군요.
형의 詩가
내 음울한 방에 유일하게 난 창 속으로
기습적인 추위처럼 또 다시 비쳐 들어오는 바람에...
거기 늦게라도, 꼭, 오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