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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2003.02.04 18:18

윤성택 조회 수:251



귤을 먹고 나서 다시 보게 되는
책상 위 껍질,
내가 무심코 까발린 모양이
허옇게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욕구대로 이리저리 나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둥글었을 이 귤은
과즙을 움켜쥐고 나뭇가지에서 박스로
덜컹거리는 트럭에 실려
여기까지 묵묵히 주먹쥐고 왔을 겁니다.
커피 찌꺼기가 말라버린 빈 종이컵 속에
흐물흐물한 껍질을 넣었습니다.
봉오리처럼 오그라들며 담기네요.

귤 같은 해가 어둑한 서쪽 산 너머에 있습니다.
홀랑 까먹은 하루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