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먹고 나서 다시 보게 되는
책상 위 껍질,
내가 무심코 까발린 모양이
허옇게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욕구대로 이리저리 나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둥글었을 이 귤은
과즙을 움켜쥐고 나뭇가지에서 박스로
덜컹거리는 트럭에 실려
여기까지 묵묵히 주먹쥐고 왔을 겁니다.
커피 찌꺼기가 말라버린 빈 종이컵 속에
흐물흐물한 껍질을 넣었습니다.
봉오리처럼 오그라들며 담기네요.
귤 같은 해가 어둑한 서쪽 산 너머에 있습니다.
홀랑 까먹은 하루가 갔습니다.
댓글 4
김병곤
2003.02.04 21:38
오늘 군대 전역후 일하던 현대증권 아르바이트를 마무리 지었네요...정말 좋은 분들과 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고민하던 취업문제는 공무원 시험준비로 결정지으니 한시름 놓게 되었고요...무작정 취직보다는 공무원 시험준비로 바꾸니...그나마 막막하던 부담이 줄었네요...역시 공부가 안심이 되는건가요...내일부터는 운전면허 실기시험 준비를 한답니다...이제 하루하루를 형이 말하신 것처럼 홀랑 까먹지 않도록 조심하고 소중하게 써보려고 더욱 노력하려합니다.....
게시판에 발자국을 찍어보고자 마음을 자판위에 놓으면 어쩔 수 없이 수다쟁이 아줌마 기질을 져버릴 수가 없더군요.
어쩜 자유마당이나 산문들이나 써내려간 글들은 너무나 깊고 푸름니다.
마지막 행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보약같은 웃음을 흘려놓고 가자니 흘린 웃음 걸레질하다 또 수다가 나오네요.
올 한 해 건강과 더불어 걷고 싶은 길 많이 걷고 계획한 일들도 순탄하게 풀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