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는 것일까
김경미
1
약속시간 삼십분을 지나서 연락된 모두가 모였다
우리는 국화꽃잎처럼 동그랗게 둘러앉아서 웃었다
불참한 이도, 더 와야 할 이도 없었다
식사와 담소가 달그락대고 마음들 더욱 당겨앉는데
문득 고개가 들린다 아무래도 누가 안 온 것 같다
잠깐씩 말 끊길 때마다 꼭 와야 할 사람이 안 온 듯
출입문을 본다 나만이 아니다 다들 한번씩 아무래도
누가 덜 온 것 같아 다 모인 친형제들 같은데 왜
자꾸 누군가가 빠진 것 같지? 한번씩들 말하며
두 시간쯤 지났다 여전히 제비꽃들처럼 즐거운데
웃다가 또 문득 입들을 다문다 아무래도 누가 먼저
일어나 간 것 같아 꼭 있어야 할 누가 서운케도 먼저
가버려 맥이 조금씩 빠지는 것 같아 자꾸 둘러본다
2
누굴까 누가 사는 것일까 늘 안 오고 있다가 먼저 간
빈 자리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저 기척은 기척뿐
아무리 해도 볼 수 없는 그들에겐 또 기척뿐일까 우리도
생은 그렇게 접시의 빠진 이 아무리 다 모여도
상실의 기척 더 큰 생은
...하...
하루키의 글과 진이정의 시가 무척이나 생각나는 그런 밤...헛기침을 해서라도 내일 출근을 피하고 줄창 읽어대고 싶은...
음악과 시, 잘 들으며 읽었습니다. 때론 문학이 진지하게 밤을 턱 괴일 때가 있지요. 그런 날은 어쩐지 추억의 친구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곁에 앉고 싶습니다. 시간과 시간의 빗금을 수없이 그어왔던 기억도 그때는 꽤 수심이 깊더군요. 아마 그 애잔함이 마음에 고여 종이를 비집고 시 한 줄 피어나나 봅니다. 그 주파수를 잊지 않고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출근, 이 딱딱한 모서리를 슬며시 손바닥으로 감쌀만한 오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