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감각적 파노라마 - 하린 시인

2013.12.12 15:37

윤성택 조회 수:5022

 

 

윤성택의 두 번째 시집『감(感)에 관한 사담들』은 현실에 뿌리를 둔 최대치의 감각적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다른 젊은 시인들이 현실에서 출발하여 환상으로 넘어가 시적 파장을 넓히거나 연출된 현실 속에서 극한의 정서를 보여주려는 것과는 달리 윤성택은 철저히 실체적인 현실을 시적 상황으로 잡고 감정의 연쇄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시에서의 현실은 경험적 현실(체험)과 상상적 현실(체험)이 어우러져 연출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윤성택의 시적 현실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보편적 감정을 세분화하거나 미분화하여 감각적인 언어로 보여주기에 경험적 현실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일탈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각적 새로움을 갖는다.

윤성택은 절대 시적 대상과 정황을 빨리 지나가는 법이 없다.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섬세하게 대상의 외연과 내면을 감(感)으로 읽어낸다. 단순히 읽어 내는 게 아니라 무감각한 존재에 감각을 부여하고 그 감각을 또다시 시인의 감각 센서로 증폭시킨다. 이 증폭된 것이 시적언어와 만나면 매력적인 시가 탄생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모두 실재 같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자꾸 벗어나고픈 현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촘촘하게 경계와 경계, 사이와 사이를 미분화해서 읽어내고 그 틈에 정적인 시적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적인 시적 의미는 타자와의 분리에서 비롯된 감정이거나 기억의 복기로 인한 정서가 많다. 누구나 타자와의 분리감정이나 기억의 잔영을 시적 모티브로 삼는다. 그러나 윤성택에게는 분리감정은 분리 감각이 되어 나타나고 기억의 잔영 또한 기억의 감각이 되어 존재한다. 몸이 느끼는 감각의 질서는 현재적 시공간의 질서를 미분화하여 느낄 때 최대치의 감각이 되고 다층적인 의미의 방향성을 갖는다. (중략) 윤성택의 시는 파편화된 전언보다는 통일화된 전언을 지향하고 비실체적 감각보다는 실체적 감각을 지향한다. 다방향의 지시, 불연속적인 체계가 자꾸 정서 밖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을 다잡아 들여, 내면의 풍경을 감각화 시킨다. 미립의 시·공간을 마늘어 낸 다음, 그곳에서 주체의 섬세한 감각적 층위를 입혀 미학적으로 완결된 시를 보여준다. 윤성택은 분명 감각적 네트워크가 최대치로 발달된 시인이다.

 

 

 

하린 시인

1998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이 있음. 2011년 청마문학상 신인상 수상.

* 『열린시학』 2013년 겨울호 게재.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6 장안상가 - 김홍진 평론가 계간시평 2004.11.21 4020
25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 강인한 시인 단평 2004.11.21 4173
24 FM 99.9 - 정승렬 시인 단평 2004.11.21 3982
23 무위기 - 이종암 시인 단평 [1] 2004.10.11 3895
22 고독한 자들의 합창 (2004년 『시천』 네 번째 동인지 해설中/ 강경희 평론가) 2004.10.04 3947
21 대학병원 지하주차장 - 시선집 평 中 (김백겸 시인) 2004.08.29 3826
20 '주유소' 단평 - 김충규 시인 [2] 2004.08.29 5082
19 산동네의 밤 - EBS 수능 Choice 현대문학 문제집(2004-1) file 2004.08.02 6806
18 밤의 러닝머신 - 단평 (김솔 소설가) 2004.06.18 4892
17 제10회 현대시동인상 심사평 中 (『현대시학』 2004년 6월호, 김종해 시인) 2004.06.18 4235
16 봄 - 계간비평(『생각과느낌』 2004년 여름호, 박신헌 문학평론가) 2004.06.18 4646
15 비에게 쓰다 - 이달의 문제작 시평(『문학사상』 2004년 6월호, 진순애 문학평론가) 2004.06.03 4702
14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박해람 시인의 '포엠피아' 2004.04.22 4519
13 주유소 - 『문학마당』2003년 겨울호 계간비평 (김은정/ 문학평론가) 2003.12.12 4125
12 '주유소' 단평 (김완하 시인,『미즈엔』11월호 추천시) 2003.10.25 4084
11 '주유소' 단평 (김남호 평론가) 2003.10.10 4335
10 우리가 시를 믿는다는 것은 (2003년 『시천』 세 번째 동인지 해설中/ 장만호 시인) 2003.05.03 4490
9 2003년 詩, 오늘의 좋은 시 中 2003.03.02 5806
8 [해설] 나무 아래에서( 서지월 시인/『강북신문』) 2003.02.04 4304
7 [시평] 지옥에서 쓴 서정시(『오늘의 문예비평』 2002 겨울호 - 문학평론가 김양헌) 2003.01.06 4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