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택의 두 번째 시집『감(感)에 관한 사담들』은 현실에 뿌리를 둔 최대치의 감각적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다른 젊은 시인들이 현실에서 출발하여 환상으로 넘어가 시적 파장을 넓히거나 연출된 현실 속에서 극한의 정서를 보여주려는 것과는 달리 윤성택은 철저히 실체적인 현실을 시적 상황으로 잡고 감정의 연쇄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시에서의 현실은 경험적 현실(체험)과 상상적 현실(체험)이 어우러져 연출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윤성택의 시적 현실은 우리가 놓치기 쉬운 보편적 감정을 세분화하거나 미분화하여 감각적인 언어로 보여주기에 경험적 현실을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일탈적이고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각적 새로움을 갖는다.
윤성택은 절대 시적 대상과 정황을 빨리 지나가는 법이 없다. 최대한 천천히, 최대한 섬세하게 대상의 외연과 내면을 감(感)으로 읽어낸다. 단순히 읽어 내는 게 아니라 무감각한 존재에 감각을 부여하고 그 감각을 또다시 시인의 감각 센서로 증폭시킨다. 이 증폭된 것이 시적언어와 만나면 매력적인 시가 탄생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모두 실재 같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자꾸 벗어나고픈 현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촘촘하게 경계와 경계, 사이와 사이를 미분화해서 읽어내고 그 틈에 정적인 시적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적인 시적 의미는 타자와의 분리에서 비롯된 감정이거나 기억의 복기로 인한 정서가 많다. 누구나 타자와의 분리감정이나 기억의 잔영을 시적 모티브로 삼는다. 그러나 윤성택에게는 분리감정은 분리 감각이 되어 나타나고 기억의 잔영 또한 기억의 감각이 되어 존재한다. 몸이 느끼는 감각의 질서는 현재적 시공간의 질서를 미분화하여 느낄 때 최대치의 감각이 되고 다층적인 의미의 방향성을 갖는다. (중략) 윤성택의 시는 파편화된 전언보다는 통일화된 전언을 지향하고 비실체적 감각보다는 실체적 감각을 지향한다. 다방향의 지시, 불연속적인 체계가 자꾸 정서 밖으로 미끄러지는 현상을 다잡아 들여, 내면의 풍경을 감각화 시킨다. 미립의 시·공간을 마늘어 낸 다음, 그곳에서 주체의 섬세한 감각적 층위를 입혀 미학적으로 완결된 시를 보여준다. 윤성택은 분명 감각적 네트워크가 최대치로 발달된 시인이다.
하린 시인
1998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 《시인세계》 신인상 당선.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이 있음. 2011년 청마문학상 신인상 수상.
* 『열린시학』 2013년 겨울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