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견딜만 하다

2003.06.24 16:17

윤성택 조회 수:639 추천:3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무슨 말을 쓰고 싶은데
몇 시간 째 아무 것도 적지 못하고
단 한 줄의 글을 남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궁상만 하다가
컴을 꺼버릴 때가 있다.
목울대에서는 무슨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마음 한켠 무언가 결려서
왼쪽가슴께 통증이 느껴져
기지개만 두어 번하다가
에잇! 하고 그만 둔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꺼내 본
기억은 닳고닳아
너덜너덜 찢겨져 나간 부분이 많거니와
이제는 가물가물할 뿐이다.
흐린 오후 무렵,
그 수많았던 오후가 겹겹이
포개져 나는 몇 십 년째
24시간 속을 겉돌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요즘은 사는 게
버스 뒷좌석처럼 편안하다.
덜컹거리는 것이
이젠 만만해진 것일까.
안전벨트도 없이 달리는 시간 앞에서
잦았던 멀미도 참을만 하다.
다른 사람이 그러하듯
당신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사는 게 익숙하다.




* 2001. 7. 어느 사이트에 쓸쓸히 버려진 글.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7 어느 시인의 죽음 2003.11.20 571
26 장마 2002.05.16 583
25 시를 위하여 2003.10.25 613
24 집에 가는 길 2002.07.02 628
» 견딜만 하다 2003.06.24 639
22 신춘문예의 계절 2003.11.27 639
21 2004년 12월 31일에게, 그리고 2005.02.03 664
20 옥상에서 본 그리움 2002.07.23 687
19 잠바, 2004.04.17 696
18 밤술 2007.01.27 697
17 너를 기다리다가 2002.06.05 712
16 3년 전, 2004.03.04 728
15 김충규 [낙타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다층) [2] 2001.07.06 770
14 대학원, 2003.12.09 773
13 가을의 노래 - 보들레르 [1] 2006.09.21 817
12 편지 [1] 2003.12.11 847
11 시를 쓰는 아우에게 [3] 2007.03.09 867
10 장마에게서 장마에게로 [3] 2005.06.22 883
9 혼자 보는 영화, [1] 2004.02.25 898
8 나였던 기억 2004.01.07 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