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무슨 말을 쓰고 싶은데 
몇 시간 째 아무 것도 적지 못하고 
단 한 줄의 글을 남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궁상만 하다가 
컴을 꺼버릴 때가 있다. 
목울대에서는 무슨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데 
마음 한켠 무언가 결려서 
왼쪽가슴께 통증이 느껴져 
기지개만 두어 번하다가 
에잇! 하고 그만 둔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꺼내 본 
기억은 닳고닳아 
너덜너덜 찢겨져 나간 부분이 많거니와 
이제는 가물가물할 뿐이다. 
흐린 오후 무렵, 
그 수많았던 오후가 겹겹이 
포개져 나는 몇 십 년째 
24시간 속을 겉돌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도 요즘은 사는 게 
버스 뒷좌석처럼 편안하다. 
덜컹거리는 것이 
이젠 만만해진 것일까. 
안전벨트도 없이 달리는 시간 앞에서 
잦았던 멀미도 참을만 하다. 
다른 사람이 그러하듯 
당신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사는 게 익숙하다. 
* 2001. 7. 어느 사이트에 쓸쓸히 버려진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