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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와 나(영화 37도 2부) - 박정대

2002.07.24 14:33

윤성택 조회 수:1143 추천:202

베티와 나(영화 37도 2부)/ 박정대 / 1990년 『문학사상』 등단
        



        베티와 나(영화 37도 2부)
            

        조금은 어두운 대낮
        전기 플러그를 꽂으면 달이 뜨네,
        정지된 풍경들 속에서 색소폰 소리가 나네

        아, 난 어지러워
        무너진 언덕 너머에는
        출렁이는 네 어깨와도 같은
        신열의 바다가 있네
        어디라도 가려하지 않는
        바람과 배 한 척 있네
 
        베티,
        내 푸른 현기증과
        공터의 육체 위에
        너의 보라색 입술을 칠해 줘
        베티 기억하고 있니
        내 어깨 위에 걸려 있던 너의 다리
        그 아래로만 흐르던 물결,
        물결 속의 달
 
        바람불어,
        경사진 사랑의 저 너머에서
        함께 출렁거리던
        깊고도 위험했던 나날들
        기억해?
        그때 네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던
        37도 2부의 숨결들

        전기 플러그를 꽂으면 달이 뜨네
        조금은 어두운 대낮,
        막판의 희망이
        게으른 새들처럼
        엎드려서 울고 있는
 
 
   * 베티 : '베티블루'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이름
   * 달 : 내가 가지고 있는 비디오의 이름


[감상]
영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야할 삶의 그 어떤 이면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인간의 수명을 100년 정도 연장시켰다고 봐야 할까요. 영적 진화의 흐름을 쫓고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영화란 그 영상의 대리체험으로 우리를 발육시키고 있으니까요. 같은 70년을 살아도 보아온 것이나 느낀 것이 많다면 그만큼 다른 시대보다 오래 산 것입니다. 이 시는 한 영화를 통해 삶과 영혼을 읽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이라는 비디오를 보기 위해 VTR의 전원 플러그를 꽂아야하듯 설정 또한 설득력 있습니다. 영화가 나를 얼마나 진화시킬지, 실감나는 영화 참 많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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