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서치라이트 - 김현서

2007.03.13 11:35

윤성택 조회 수:1080 추천:168

<서치라이트>/ 김현서(1996년 『현대시사상』 등단)/ 《열린시학》 2007년 봄호


        서치라이트

        밤마다 어두운 거리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당신
        길을 자르고 집을 자르고
        공원을 조각조각 자르는 당신
        꽃들의 목을 베어 내게 나눠주는 당신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또 다른 두려움을 깨우는 당신
        잘려나간 샛길을 찾으려고
        몇 시간씩 서성거리는 내 그림자를
        옆에
        뒤에
        앞에
        붙였다 떼었다 하는 당신
        정확히 오후 여덟시부터
        탕 탕
        내 가슴에 하얀 기둥을 박아대는 당신
        문을 두드리는 나를
        흰 천으로 덮어주는 당신
        밤을 갈고리에 꿰어 끌고 다니는 당신
        어둠을 둥글게 도려내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당신

        이 젊고 차가운 눈동자!

        도저히 잡히지 않는 나무.

        
[감상]
탐조등하면 해안 경비 초소나 교도소 망루가 생각납니다. 누구는 이 불빛을 피하며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겠고, 누구는 이 불빛으로 혼신의 수색을 하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감정과 시각적 이미지를 밀도 있게 그려 넣습니다. 독특한 것은 <하얀 기둥을 박아대는>이나 <이 젊고 차가운 눈동자!>에서처럼 서치라이트는 <당신>의 시선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선은 한곳에 붙박여 있는 <나무>인데도 보지 못합니다. 감시와 구속, 그리고 집착. <도저히 잡히지 않는 나무>에서 행간이 깊어지는군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91 종이호랑이 - 박지웅 2006.04.10 1656 226
990 밀실의 역사 - 권혁웅 2005.10.13 1446 226
989 푸른 방 - 문성해 2005.10.01 2209 226
988 나쁜 피 - 이영주 2005.09.02 1476 226
987 탐구생활 - 박후기 [1] 2005.08.24 1530 226
986 가을, 도서관에서 - 남궁명 [2] 2004.10.14 1609 226
985 그곳에도 달빛이 닿았습니다 - 최재목 [2] 2004.06.02 1709 226
984 철봉은 힘이 세다 - 박후기 [7] 2004.03.17 1446 226
983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1] 2004.02.20 1609 226
982 이장 - 한승태 2002.06.18 1094 226
981 점안식 하는 날 - 최명란 [1] 2006.11.28 1151 225
980 불법체류자들 - 박후기 [1] 2006.10.30 1663 225
979 감자를 캐며 - 송은숙 2006.10.16 1700 225
978 뺨 - 함순례 [2] 2006.07.25 1854 225
977 공중부양 - 박강우 2004.04.12 1087 225
976 옹이 - 이수정 2003.12.03 1249 225
975 달팽이가 지나간 길은 축축하다 - 박성우 2002.09.27 1268 225
974 이별 - 안성호 [2] 2006.10.23 1959 224
973 겨울 그림자 - 임동윤 [2] 2005.12.07 2070 224
972 월남 이발관 - 안시아 2005.11.17 1459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