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김현서(1996년 『현대시사상』 등단)/ 《열린시학》 2007년 봄호
서치라이트
밤마다 어두운 거리
샅샅이 뒤지고 다니는 당신
길을 자르고 집을 자르고
공원을 조각조각 자르는 당신
꽃들의 목을 베어 내게 나눠주는 당신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또 다른 두려움을 깨우는 당신
잘려나간 샛길을 찾으려고
몇 시간씩 서성거리는 내 그림자를
옆에
뒤에
앞에
붙였다 떼었다 하는 당신
정확히 오후 여덟시부터
탕 탕
내 가슴에 하얀 기둥을 박아대는 당신
문을 두드리는 나를
흰 천으로 덮어주는 당신
밤을 갈고리에 꿰어 끌고 다니는 당신
어둠을 둥글게 도려내
어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당신
이 젊고 차가운 눈동자!
도저히 잡히지 않는 나무.
[감상]
탐조등하면 해안 경비 초소나 교도소 망루가 생각납니다. 누구는 이 불빛을 피하며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겠고, 누구는 이 불빛으로 혼신의 수색을 하겠지요. 이 시는 이러한 감정과 시각적 이미지를 밀도 있게 그려 넣습니다. 독특한 것은 <하얀 기둥을 박아대는>이나 <이 젊고 차가운 눈동자!>에서처럼 서치라이트는 <당신>의 시선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선은 한곳에 붙박여 있는 <나무>인데도 보지 못합니다. 감시와 구속, 그리고 집착. <도저히 잡히지 않는 나무>에서 행간이 깊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