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바람이 분다》/ 송반달/ 《현대시 시인선 50》 (2007)
폭풍
바람이 바람을 몰면서 굶주린 황야의 호랑이처럼 온다
나무들 모가지 길게 늘여 빼기가 자행되고
발발 떠는 일이란 휨으로 보여서
쓰러뜨리고 말리라, 바람은 더 포효하는 것이다
저 굶주린 바람을 위하여
나무가 춤을 바친다 바람이 포효할 때마다
물 꿋꿋이 나무가 흥 돋운다
큰 춤일수록 그 세움의 고향은 폭풍 속이니
나무는 큰 바람이 되기로 한다
그러자, 덥석 물고 무는 이 바람과 저 바람
그 폭식의 이빨 사이에 또한 물려야 하니
아 한 마리 잎이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으리라, 납작한 물들
급기야 호랑이 소리 내지르며 대드는 일났다
폭풍주의보다, 그러자 이 바람에
더 크자 하고 바람이 바람을 덥석덥석 물어뜯는다
더, 더 크게 물들은 춤추고
[감상]
마치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동물의 왕국 같다고 할까요. '바람'과 '나무', '물들'이 제각각 물성에 따라 본능이 획득되고 그 본능은 거대한 약육강식의 질서에 편승합니다. 박진감 넘치는 바람의 포효, 리드미컬한 나무의 휨, 평온함 뒤 야성을 숨긴 바다가 끊임없이 아우성거리며 긴장을 증폭시킵니다. 거칠고 힘찬 남성적 기백과 비장함이 '폭풍'에 서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