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아, 미안하다》 / 심언주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민음사》 (2007)
목련
쪼끄만 새알들을 누가
추위 속에 품어 주었는지
껍질을 쪼아 주었는지
언제 저렇게 가득 깨어나게 했는지
가지마다 뽀얗게 새들이 재잘댄다.
허공을 쪼아도 보고
바람 불 때마다
촉촉한 깃을 털고
꽁지 치켜세우고
우왕좌왕 서투르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벌써 바람의 방향을
알아챈 눈치다.
[감상]
목련꽃 봉오리들을 생각하자니 참 생글생글해집니다. 하얀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모습이 따뜻한 <새알>로 표현되고, 향기를 머금은 꽃이 벌어지는 과정을 <껍질을 쪼아>주는 것으로 형상화됩니다. 이렇게 시인은 식물인 <목련>에게 동물의 감정과 연민을 불어넣어 새로운 시적대상으로 절묘하게 탄생시켜줍니다. 자연의 섭리는 어린 새를 살피는 어미의 마음과 같아, 봄은 저렇게 충만한 사랑의 세계인 것입니다. 어린 새들이 날아오르는 상상, 이것은 우리가 목련나무 대신 꿈꿔 주어야할 희망 같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