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 류인서/ 《창작과비평사》 시인선
예감
왜 가슴보다 먼저 등 쪽이 따스해 오는지, 어떤 은근함이
내 팔 잡아당겨 당신 쪽으로 이끄는지, 쉼표도 마침표도 없
는 한 단락 흐린 줄글 같은 당신 투정이 어여뻐 오늘 처음
으로, 멀리 당신이 날 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했습니다 우
주로의 통로라 이른 몇번의 전화는 번번이 그 외연의 광대
무변에 놀라 갈피없이 미끄러져 내리고, 더러 싸르락싸르
락 당신의 소리상자에 숨어 있고 싶던 나는 우물로 가라앉
아버린 별 별이 삼켜버린 우물이었지요 별들은 불안정한
대기를, 그 떨림의 시공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반짝임을
얻는 생명이라지요 벌써 숨은 별자리라도 찾은 듯한 낯선
두근거림, 어쩌면 당신의 지평선 위로 손 뻗어 밤하늘 뒤지
더라도 부디 놀리지는 마시길, 단호한 확신이 아닌 둥그렇
게 나를 감싼 다만 어떤 따스함의 기운으로요
[감상]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예감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별과 우주로 확장되어 한층 의미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예감은 이 시에서처럼 어떤 외부의 영향을 통해 얻어지는 ‘낯선 두근거림’일 것입니다. 시집 평 중 ‘현실과 절연되지 않은 진지하고 예리한 시선’의 해설이 공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