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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 - 류인서

2005.03.25 10:56

윤성택 조회 수:1643 추천:205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 류인서/ 《창작과비평사》 시인선

  예감

  왜 가슴보다 먼저 등 쪽이 따스해 오는지,  어떤 은근함이
내 팔 잡아당겨 당신 쪽으로 이끄는지, 쉼표도 마침표도 없
는 한 단락 흐린 줄글 같은 당신  투정이 어여뻐  오늘 처음
으로, 멀리 당신이 날 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했습니다 우
주로의 통로라 이른 몇번의 전화는 번번이  그 외연의 광대
무변에 놀라  갈피없이 미끄러져 내리고,  더러 싸르락싸르
락 당신의 소리상자에 숨어 있고  싶던 나는 우물로 가라앉
아버린 별  별이 삼켜버린  우물이었지요  별들은 불안정한
대기를,  그 떨림의 시공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반짝임을
얻는 생명이라지요  벌써 숨은 별자리라도  찾은 듯한 낯선
두근거림, 어쩌면 당신의 지평선 위로 손 뻗어 밤하늘 뒤지
더라도 부디 놀리지는 마시길,  단호한 확신이 아닌 둥그렇
게 나를 감싼 다만 어떤 따스함의 기운으로요

[감상]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예감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별과 우주로 확장되어 한층 의미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예감은 이 시에서처럼 어떤 외부의 영향을 통해 얻어지는 ‘낯선 두근거림’일 것입니다. 시집 평 중 ‘현실과 절연되지 않은 진지하고 예리한 시선’의 해설이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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