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예감 - 류인서

2005.03.25 10:56

윤성택 조회 수:1679 추천:205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 류인서/ 《창작과비평사》 시인선

  예감

  왜 가슴보다 먼저 등 쪽이 따스해 오는지,  어떤 은근함이
내 팔 잡아당겨 당신 쪽으로 이끄는지, 쉼표도 마침표도 없
는 한 단락 흐린 줄글 같은 당신  투정이 어여뻐  오늘 처음
으로, 멀리 당신이 날 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했습니다 우
주로의 통로라 이른 몇번의 전화는 번번이  그 외연의 광대
무변에 놀라  갈피없이 미끄러져 내리고,  더러 싸르락싸르
락 당신의 소리상자에 숨어 있고  싶던 나는 우물로 가라앉
아버린 별  별이 삼켜버린  우물이었지요  별들은 불안정한
대기를,  그 떨림의 시공을 통과하고서야 비로소  반짝임을
얻는 생명이라지요  벌써 숨은 별자리라도  찾은 듯한 낯선
두근거림, 어쩌면 당신의 지평선 위로 손 뻗어 밤하늘 뒤지
더라도 부디 놀리지는 마시길,  단호한 확신이 아닌 둥그렇
게 나를 감싼 다만 어떤 따스함의 기운으로요

[감상]
누구에게나 갖고 있는 예감을 생각해 보게 하는 시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별과 우주로 확장되어 한층 의미가 새롭습니다. 그래서 예감은 이 시에서처럼 어떤 외부의 영향을 통해 얻어지는 ‘낯선 두근거림’일 것입니다. 시집 평 중 ‘현실과 절연되지 않은 진지하고 예리한 시선’의 해설이 공감이 갑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751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 고영 [3] 2005.04.21 1103 181
750 무화과 - 김지하 [6] 2005.04.19 1501 175
749 봄, 알리바이 - 이성목 [3] 2005.04.14 1476 200
748 중환자실의 까뮈 - 정진영 [1] 2005.04.12 1255 205
747 멎은 풍경 - 김휘승 [1] 2005.04.08 1486 199
746 소름 돋는 지구 - 김종미 [3] 2005.04.07 1272 179
745 틈, 사이 - 복효근 [2] 2005.04.06 1509 183
744 블랙홀 - 박남희 [1] 2005.03.30 1502 212
743 헌책방에 대한 기억 - 서상권 2005.03.29 1307 201
742 불면증 - 장만호 2005.03.28 1567 187
» 예감 - 류인서 2005.03.25 1679 205
740 기발한 인생 - 정병근 2005.03.24 1495 201
739 복덕방 노인 - 조영석 2005.03.22 1182 188
738 마당의 플라타너스가 이순을 맞은 이종욱에게 - 이종욱 2005.03.21 1083 186
737 봄볕을 두드리다 - 고명자 2005.03.18 1763 185
736 죽순 - 이병일 [1] 2005.03.17 1272 195
735 줄 - 이명훈 2005.03.15 1247 198
734 그녀의 꽃밭 - 유미애 2005.03.11 1596 202
733 사랑 - 고영 [5] 2005.03.08 2404 219
732 방안에 핀 동백 - 홍은택 2005.03.07 1235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