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 고영/ 《문학과창작》 2005년 봄호
사랑
두 사람이 한 자전거를 타고
공원 산책길을 따라
한 묶음이 되어 지나간다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 뒤에서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
허리를 껴안고 중심을 잡는다
남자의 근육세포가
미세함 그대로
여자의 가슴에 전해진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조종해가는
완벽한 합일!
지금,
세상의 중심이 저들에게 있다
[감상]
깔끔하다고 할까요. 군더더기 없이 명징한 시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데 가장 중요한 '중심'의 개념을 '세상의 중심'으로 확장시키는 마지막 연의 울림도 크고요. 여하간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인의 자전거에서 발견하는 것, 따뜻한 어느 봄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전거 뒷자리이거나 오토바이 뒷자리에 그녀를 태우고 급브레이크를 잡아도 좋았던 시절, 가슴과 등이 맞닿는 그 지점으로 추억을 데려다주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