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야적 - 이하석

2006.10.10 17:56

윤성택 조회 수:1293 추천:190

《것들》 / 이하석/ 《문학과지성》 시인선


        야적
                - 노인

        야적장 부근에 늘그막에 눌러앉은 노인은
        기억의 부속품들 잘 챙겨지지 않는 몸으로
        사람들의 꿈과 잔해들 뒤적여 고철로 팔아먹는다
        바랜 욕망들과 함께 햇빛 아래 수북히 쌓아놓은 잔해들엔
        어둠들이 골다공증처럼 뻐꿈하니 내다보인다

        오늘 하루도 내 것이 아니었다며
        더 뒤질 것 없는 욕망의 빈터를 접으면
        뒤진 자리마다 퍼런 풀들 돋아난다
        미망(迷妄)의 꿈 그늘들 또 무성해진다


[감상]
아주 낡고 오래된 쇠이거나 그 조각인 <고철>은 육신이 쇠잔해진 <노인>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공터 야적장은 수명이 다해 방치된 삶의 공간화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길을 거쳐 떠나온 온전한 <사람들의 꿈과 잔해들>입니다. <야적>이라는 뜻이 암시하듯, 우리네 삶은 이 우주의 여정에 비할 때 이 생에 잠시 임시로 부려놓은 영혼에 불과합니다. <내 것이> 아닌 하루!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매는 넝마주이야말로 우리네 평생 모습이 아닌지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51 꽃피는 만덕 고물상 - 권현형 [2] 2005.10.06 1458 221
950 교통사고 - 김기택 [4] 2005.06.14 1640 221
949 저물어가는 강마을에서 - 문태준 [1] 2005.05.06 1778 221
948 비렁뱅이 하느님 - 정우영 2004.03.16 1147 221
947 블랙박스 - 박해람 2003.12.08 1176 221
946 고가도로 아래 - 김언 2003.07.09 1079 221
945 너 아직 거기 있어? - 김충규 2002.06.15 1336 221
944 내 후생을 기억함 - 이성렬 2006.03.07 1730 220
943 섀도라이팅 - 여태천 2006.02.14 1307 220
942 겨울 저녁의 시 - 박주택 2005.11.12 1982 220
941 예수를 리메이크하다 - 문세정 2005.10.18 1505 220
940 풍림모텔 - 류외향 [1] 2005.08.08 1408 220
939 포레스트검프 - 문석암 [3] 2005.01.27 1331 220
938 그것이 사실일까 - 류수안 2004.10.13 1298 220
937 달의 눈물 - 함민복 [1] 2004.08.24 2187 220
936 후박나무가 있는 저녁 - 이영식 2003.07.29 1130 220
935 낡은 침대 - 박해람 [2] 2006.07.22 1918 219
934 내리막길의 푸른 습기 - 이승원 2006.05.12 1562 219
933 벽 - 유문호 [1] 2006.04.25 1786 219
932 천막 - 김수우 2005.09.24 1404 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