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들》 / 이하석/ 《문학과지성》 시인선
야적
- 노인
야적장 부근에 늘그막에 눌러앉은 노인은
기억의 부속품들 잘 챙겨지지 않는 몸으로
사람들의 꿈과 잔해들 뒤적여 고철로 팔아먹는다
바랜 욕망들과 함께 햇빛 아래 수북히 쌓아놓은 잔해들엔
어둠들이 골다공증처럼 뻐꿈하니 내다보인다
오늘 하루도 내 것이 아니었다며
더 뒤질 것 없는 욕망의 빈터를 접으면
뒤진 자리마다 퍼런 풀들 돋아난다
미망(迷妄)의 꿈 그늘들 또 무성해진다
[감상]
아주 낡고 오래된 쇠이거나 그 조각인 <고철>은 육신이 쇠잔해진 <노인>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공터 야적장은 수명이 다해 방치된 삶의 공간화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길을 거쳐 떠나온 온전한 <사람들의 꿈과 잔해들>입니다. <야적>이라는 뜻이 암시하듯, 우리네 삶은 이 우주의 여정에 비할 때 이 생에 잠시 임시로 부려놓은 영혼에 불과합니다. <내 것이> 아닌 하루! 진정한 나를 찾아 헤매는 넝마주이야말로 우리네 평생 모습이 아닌지요.
앞으로도 좋은 시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