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안성호/ 《문장웹진》 2006년 9월호
이별
가로등 밑,
옷걸이에 걸린 노란 우의처럼 고개 숙인 그녀
벤치를 지나는 누군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
흩어지는 발자국마다
이내 비가 몰려든다
하굣길 여중생들이 주전부리하듯 빗물이 길 위로 몰려다니고
고인 빗물 속에 가로등 불빛은
파문을 일으키며 구겨졌다
펴졌다
나는 오랫동안
먹다 남은 두부처럼 천천히 상해 갔다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그 사이로 구불구불 비가 흘렀다
[감상]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입니다. 거기에 시인의 고뇌가 있는 거겠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드러내면 관념으로 치우치게 되고, 그렇다고 무언가에 빗대기 시작하면 진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쓰기는 화자와 대상에 외줄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 시는 이렇듯 <이별>이라는 슬픔을 <먹다 남은 두부>의 관계로 대담하게 횡단합니다. 줄 위에서 튕겨 오르는 탄력처럼 행과 행에는 긴장이 팽팽하고 <비>를 축으로 소재들이 꽉 맞물려 있습니다.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채서/ 몸에 딱 맞게 단추를 채우고 가버렸다>는 변심을 암시하는 설정이 참신합니다.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이곳에서 좋은시 읽고 감상읽고 참 좋은 홈입니다
시집 출간으로 바쁘시겠군요
이별이란 시를 읽다가 감상을 적어 보다가
저도 이별이란 시를 써 보았답니다
이곳이 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되어 이곳에 올려봅니다^^*
이별 / 양현주
지금 밖에는
검은 우산을 쓴 사람들이
검은 신발을 신고
검은 보도블록을 하염없이 걷는다
오랫동안
검은 말을 어디론가 보내고
검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빗물이
세상을 적시더니 수천 개의 잎으로
찢어진다
헤어진 사람들은 모두 비가 된다
동공 속에서 뚝, 뚝, 떨어지는 빗방울
누가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