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닥을 쳤다》/ 김화순/ 《천년의시작》시인선(신간)
푸른 경전
쓰레기통 열자
음식 찌꺼기 엇섞여
뻘뻘 땀 흘리며 썩고 있는 중이다
아, 그런데 놀라워라
좌불한 스님처럼 그 속에 천연덕스레 앉아
싹 틔우고 있는 감자알
통 속이 일순 광배 두른 듯 환해지네
저 푸른 꽃
캄캄한 악취에도
육탈하는 것 따듯하게 천도하는
저것이 바로 생불
[감상]
시로 착상되는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문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접근 방법은 '발견'입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야말로 시적 정신의 가장 보배로운 감각인 셈이지요. 이 시는 악취가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속에서 살아 있는 부처를 목도합니다. 썩어가는 것이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듯, '감자알' 이마로 환해지는 것입니다. '세상 캄캄한 악취' 속에 살아간다 할지라도 우리는 절실하게 원하는 누군가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이 감자의 '푸른 경전' 같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