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박성우/ 《시와사람》 2006년 겨울호
해바라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 피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동무 하듯 잔소리하러 오는
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모종하고 거름내고 지주 세워주고는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
우리 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감상]
간절히 원해서 이뤄지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은 종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은 설레임, 아픔, 안타까움까지 포괄된 운명적이고 때론 비극적인 상징입니다. 이 시는 <해바라기>를 중심축으로 화자와 이웃집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형상화해냅니다. 일테면 <모종하고 거름내고 지주 세워>준 화자가 해바라기에게 사랑을 갈구했다면, 그것을 알면서도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핀 해바라기의 속내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행했던 우리네 마음입니다. 이 시가 억지쟁이 할아버지의 해피엔딩만 다뤘다면 그리 표가 나지 않았겠습니다만, 독자를 <우리 집>쪽의 애달픈 편에 서있게 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