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장미의 내부 - 최금진

2005.04.23 09:44

윤성택 조회 수:1626 추천:181

「장미의 내부」 / 최금진 / 200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장미의 내부

        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 내린다

[감상]
행간을 건너뛰는 서사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절음발이 사내의 여자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건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라는 것에 있겠지요. 이 시에서 중요한 건 이질적인 시적 대상을 하나의 은유로 묶어내는 직관에 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생략이 시의 곳곳 여운을 깊게 한다고 할까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의 내부’가 이 시의 공간에서 새롭게 구현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장미) 외부는 더욱 가득 차서/ 스스로의 테두리를 닫고/ 마침내 전체가 하나의 방(房)이,/ 꿈속의 한 방(房)이 된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951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2001.06.21 1636 276
950 너무 아름다운 병 - 함성호 2001.12.19 1634 217
949 킬러 - 안시아 2006.09.17 1633 216
948 이발소 그림 - 최치언 2006.01.18 1632 236
947 따뜻한 마음 - 김행숙 2011.01.17 1630 95
946 봄날 - 신경림 2002.07.11 1629 176
945 상처에 대하여 - 복효근 2001.09.25 1627 206
944 거품인간 - 김언 2005.05.18 1626 235
» 장미의 내부 - 최금진 [5] 2005.04.23 1626 181
942 정류장 - 안시아 2004.11.06 1623 194
941 그 날 - 이성복 2001.05.30 1623 257
940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2001.07.12 1620 337
939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2001.06.12 1619 267
938 비 내리는 오후 세 시 - 박제영 [1] 2008.03.12 1618 132
937 꿈 101 - 김점용 2001.07.06 1618 279
936 중독 - 조말선 2001.07.05 1617 288
935 신문지 한 장 위에서 - 송재학 [2] 2008.07.01 1616 128
934 콘트라베이스 - 이윤훈 2005.12.30 1614 232
933 날 저문 골목 - 안숭범 2006.04.07 1612 250
932 빙어 - 주병율 2006.03.21 1612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