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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내부 - 최금진

2005.04.23 09:44

윤성택 조회 수:1656 추천:181

「장미의 내부」 / 최금진 / 2001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장미의 내부

        벌레 먹은 꽃잎 몇 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에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 내린다

[감상]
행간을 건너뛰는 서사가 돋보이는 시입니다. 절음발이 사내의 여자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건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라는 것에 있겠지요. 이 시에서 중요한 건 이질적인 시적 대상을 하나의 은유로 묶어내는 직관에 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생략이 시의 곳곳 여운을 깊게 한다고 할까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장미의 내부’가 이 시의 공간에서 새롭게 구현되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장미) 외부는 더욱 가득 차서/ 스스로의 테두리를 닫고/ 마침내 전체가 하나의 방(房)이,/ 꿈속의 한 방(房)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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