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 2005년 ≪문학수첩≫ 봄호
문 열어주는 사람
양양 남대천에 연어 보러 갔다가, 자동차 열쇠를 차 안에 두고 문
잠그고 내렸다가, 알게 되었다 세상에 하루 종일 한 달 내내 문 열
어주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 그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
는 몇 편의 시로 갇힌 영혼의 문을 열어주었나? 물길 따라 멀리 흰
구름 흘러가는 남대천, 자동차 보험회사의 문 열어주러 다니는 사
람을 기다리며 난 반성을 했다 여러 번, 후회를 했다 지금 나는 누
군가가 와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 저기 7번국도 위로 연어 떼 같은 자동차들이 줄 지어 줄 지
어 귀가하는 것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저기, 바다와 만나는 남대천 끄트머리가
똥구멍처럼 빼꼼히
열쇠구멍처럼 빼꼼히 열려 있었다
[감상]
수사가 좋은 시들이 있는 반면, 이처럼 포착이 좋은 시가 있습니다. 수사가 좋은 시는 화려한 파티복처럼 직유와 묘사가 치렁치렁 하지만, 포착이 좋은 시는 알몸으로도 시의 곡선미를 살려 냅니다. 이 시는 후자의 경우인데 ‘문 열어주는 사람’에서 뻗어가는 의미가, 영혼의 문을 열어주는 ‘詩’였다가 남대천 ‘연어 떼’로 확장되어 남다른 깊이를 보여줍니다. 성찰이나 깨달음 이런 것들이 때로는 진부한 도덕을 강조하기에 詩에서 추해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 시는 그런 시적 포즈를 자연스럽게 넘어선 것 같습니다.
잘 읽고갑니다
이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인데
이 상황 속에서 시적인 생각을 하시다니
살면서 시를 잘 쓰려면
그냥 넘기는 일이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무엇에 대하여 쓸까? 궁리해 봅니다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 행복 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