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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이수익

2005.05.25 17:51

윤성택 조회 수:1509 추천:206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이수익 / ≪시와세계≫ 2004년 가을호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감상]
이 시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은 ‘시간성’이 아닐까 싶군요. 말을 주고받는 대화는 서로 간의 소통의 순간에 이뤄집니다. 그러나 가끔 곱씹지 못한 말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합니다. 불쑥 뱉어낸 말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해보면, 이 시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그 ‘아직’이라는 말 속에 한 사람의 生이 있고, 강의 운명이 담겨 있습니다. 먼먼 과거 어딘가에서 하려고 했던 말이 이제야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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