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 이수익 / ≪시와세계≫ 2004년 가을호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감상]
이 시에서 느껴지는 아련함은 ‘시간성’이 아닐까 싶군요. 말을 주고받는 대화는 서로 간의 소통의 순간에 이뤄집니다. 그러나 가끔 곱씹지 못한 말로 인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곤합니다. 불쑥 뱉어낸 말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해보면, 이 시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그 ‘아직’이라는 말 속에 한 사람의 生이 있고, 강의 운명이 담겨 있습니다. 먼먼 과거 어딘가에서 하려고 했던 말이 이제야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아직 우리는 말하지 않았다
일단 호기심을 유발하잖아요
뭘 말하지 않았을까? 사랑일까? 아님 또 다른 무엇일까?
독자가 느끼는 호기심
끝끝내 뭘 말하지 않았는지 말해주지 않으므로
여운을 주는 이 시는 성공...ㅎㅎㅎ
윤성택 시인님 그동안 잘 계셨나요?
오랜만에 들어와봅니다
그동안 못 읽은 좋은시를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