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봄의 퍼즐 - 한혜영

2001.04.03 17:01

윤성택 조회 수:2355 추천:313

<한혜영/96중앙일보신춘문예 신작시/문학세계사>




                                 봄의 퍼즐

                 주일날 아침에 듣는 미사종 소리처럼 언 강이 풀린다 겨우
                내 어긋나 있던 대지의 관절을 맞추며 깔깔대는 바람과 햇
                살, 기다렸던 콘닥터의 손이 마침내 떨어지고 봄의 서곡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땅의 침샘마다 해맑은 리듬이 흘러든
                다 막혔던 실핏줄들 예서 제서 터진다
                 봉긋봉긋 부푸는 꽃봉오리에 벌써 신발끈 단단히 동여맨
                감당도 못할 뜬 소문이다 그 소문 화끈한 끈 귓속으로 흘러
                들지만 아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자꾸만 빗살에 엉기는
                이 연두빛, 아직은 살이 연해 부스러지기 쉬우니 종종종, 몸이
                가벼운 새들만 밟아 가라 한다
                 봄의 요정들이 링게르 그 달디단 영양의 침을 잔뿌리마다
                꽂으며 제게 각각 알맞은 빛의 고깔모자를 주문한다 '얘들
                아, 얼굴에 닿는 햇살이면 어느것 한줄기라도 꼬옥 잡아야한
                다' 탯줄처럼 긴 하품을 늘이며 이제 막 열리는 꽃자궁, 지상
                의 것은 어느 거라도 도저히 숨었을 수가 없어서 동굴안은
                저렇듯 환하다 겨울동안 마구 헝클렸던 퍼즐의 밑그림이 확
                연히 되살아나고 있다.    



[감상]
봄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을까 싶은 시입니다. 기실 이러한 접점에는 상투성과 작위가 도사리기 마련인데, 이 시는 그러한 위험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훌륭하게 화음을 만들어냈습니다. 봄의 퍼즐, 정말 기발하고 산뜻한 표현입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71 감나무 전입신고서 - 이선이 2002.11.06 914 185
1170 천막교실 - 김경후 2003.05.13 914 163
1169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2009.11.04 917 116
1168 수은 온도계 - 윤이나 2002.12.26 922 170
1167 구름궁전의 뜨락을 산책하는 김씨 - 이덕규 2003.05.12 922 169
1166 무가지 - 문정영 2011.01.18 924 103
1165 빈 손의 기억 - 강인한 2009.11.14 926 115
1164 로맨티스트 - 하재연 2009.11.17 927 108
1163 흩어진다 - 조현석 2009.11.10 928 139
1162 어느 행성에 관한 기록 - 이정화 2009.12.16 929 125
1161 다리 마네킹 - 박설희 2003.08.22 932 164
1160 죽음의 강습소 - 박서영 2003.01.09 937 199
1159 사랑의 물리학 - 박후기 [1] 2009.11.05 937 105
1158 경비원 박씨는 바다를 순찰중 - 강순 2003.04.30 938 160
1157 연리지 - 박소원 [1] 2011.01.07 939 112
1156 상상동물 이야기·5 - 권혁웅 2003.03.28 941 154
1155 빙점 - 하린 2011.01.15 941 81
1154 숲 - 이기선 2009.11.09 945 112
1153 엘리스와 콩나무 - 김참 2002.12.17 946 169
1152 수궁에서 놀다 - 박진성 2003.02.11 947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