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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숲 - 황지우

2001.11.07 11:12

윤성택 조회 수:1598 추천:203

『나는 너다』/ 황지우/ 풀빛





        12월의 숲
    

        눈 맞는 겨울나무숲에 가 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연대(連帶)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숲은

        목탄화(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숲은
        성자(聖者)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 내리고
        겨울나무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버리고
        인근 산의 적설량(積雪量)을 엿보는 겨울나무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


[감상]
날숨과 들숨의 허연 입김으로 마치 나도 눈 맞는 겨울나무 숲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이렇게 막막한 글자들이 어떻게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지 새삼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름다운 것을 담아 내는 詩, 때로는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여행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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