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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피어 있고 - 이순현

2002.11.15 17:54

윤성택 조회 수:1067 추천:172

『2002 올해의 좋은 시』/ 이순현/ 푸른사상



        나는 여기 피어 있고



                        몸  안에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짚어보는  어디든
                        지느러미의 퍼덕거림이 만져진다 물고기는 꽃을 통
                        해 다른 세계로 이동해간다 인간의 꽃은  구순과 음
                        순에서 피어난다 말과 몸은 한배를 타고난 형제다



        가랑이 사이에 기저귀를 대고
        수년째 누워 있는 어머니,
        음부는 움푹 파여 컴컴하다
        푹 파인 그 주변에는
        허옇게 센 음모가
        드문드문 지키고 있다

        한 필생의 바닥에는
        태반이 떨어져 나간 분화구들이
        무수하게 파여 있을 거야

        손길이 다 닿지 않는 잔등처럼
        다 닿을 수 없었을 기슭,

        아직 피지 않은 꽃들 있을까
        산벚꽃 몽우리처럼 다닥다닥 매달려 있을까

        이년아 밥 안 주냐!

        엄마 빨리 와바
        할머니 또 똥 쌌어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꿈지럭꿈지럭 이불을 끌어당기는
        손아귀의 힘줄 끄트머리마다
        손톱들이 숟가락처럼 앙칼지게 박혀 있다  



[감상]
생각이 겹치고 겹쳐서 더 이상 온전한 생각이 덧칠되지 않을 때, 꽃처럼 비유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슬픔이 이 시에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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