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올해의 좋은 시』/ 이순현/ 푸른사상
나는 여기 피어 있고
몸 안에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짚어보는 어디든
지느러미의 퍼덕거림이 만져진다 물고기는 꽃을 통
해 다른 세계로 이동해간다 인간의 꽃은 구순과 음
순에서 피어난다 말과 몸은 한배를 타고난 형제다
가랑이 사이에 기저귀를 대고
수년째 누워 있는 어머니,
음부는 움푹 파여 컴컴하다
푹 파인 그 주변에는
허옇게 센 음모가
드문드문 지키고 있다
한 필생의 바닥에는
태반이 떨어져 나간 분화구들이
무수하게 파여 있을 거야
손길이 다 닿지 않는 잔등처럼
다 닿을 수 없었을 기슭,
아직 피지 않은 꽃들 있을까
산벚꽃 몽우리처럼 다닥다닥 매달려 있을까
이년아 밥 안 주냐!
엄마 빨리 와바
할머니 또 똥 쌌어
아줌마는 어디서 왔어요?
꿈지럭꿈지럭 이불을 끌어당기는
손아귀의 힘줄 끄트머리마다
손톱들이 숟가락처럼 앙칼지게 박혀 있다
[감상]
생각이 겹치고 겹쳐서 더 이상 온전한 생각이 덧칠되지 않을 때, 꽃처럼 비유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슬픔이 이 시에서 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