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밟고 가는 바다』/ 김완하/ 문학사상사 (신간)
마을
동구 밖까지 걸어나왔던 나무들
마을로 돌아가
비로소 제자리에 섰다
빈 가지마다 허공을 불러들여
하늘과 하나가 되었다
나무들이 찍고 간 발자국만
마른 길 위에 몸을 뒤척인다
느티나무 사이 들길 훤히 비친다
아이들 길어진 그림자로
들녘을 쓸고 갔다
안개가 젖은 저 들녘 어디에
또 하나의 길 움터오는가
[감상]
우편물을 뜯고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방금 가져온 녹차 한 잔의 따뜻함이 손아귀에서 시집으로 가는 것인지, 시집에서 손아귀로 가는 것인지 이 온기 내내 마음을 덥힙니다. 마을을 표현하는 이 서정, 한 폭의 그림만 같습니다. 갈피마다 이웃한 다른 시들 또한 참 편안하고 단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계절, 詩스러워지고 싶다면 이 한 권의 시집을 권하고 싶군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