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칸타타1/ 이윤훈/ 『현대시』12월호(2002)
태양의 칸타타 1
물감처럼 울컥울컥 내 생을 짜낸다
눈부신 채송화 꽃밭
빛의 금관을 쓴 꽃들, 향기의 폭죽
홀로이며 서로인 빛깔들
피의 격류를 탄
기쁨의 론도*
슬픔, 쓸씀함 따위는
정오 지금의 말이 아니다
제 빛을 내며 살아 있는 것들, 주위에
죽음의 자장(磁場)이 일고
움질거리는 씨앗들
풍만한 하오의 그늘
그 시듦의 부피, 그만큼
생은 또 한번 부풀어 오를 것이다
*론도 : 경쾌한 프랑스 무곡
[감상]
강력한 관념의 힘입니다. 시 곳곳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응축이 느껴집니다. 고만고만한 노란 귤 무더기 속에서 새빨간 자두 한 알 같을까요. 비스듬히 누워 읽다가 벌떡 바로 앉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