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름 - 배영옥

2007.08.30 16:34

윤성택 조회 수:1260 추천:105

「주름」 / 배영옥 (199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 / 《현대시》 2007년 9월호


        주름

        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감상]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금을 <주름>이라고 합니다. 이 시는 <주름>에서 시적 모티브를 발생시키고 거기에서 면밀한 분석으로 몸을 해석해냅니다. 늙음은 비워내는 것이고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겠지요.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좋은 시에는 읽는 이를 압도하는 새로움이 있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세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지요.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건, 우리네 삶에서 <울음>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잔잔하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31 정지한 낮 - 박상수 2006.04.05 1763 238
1030 가을이 주머니에서 - 박유라 [1] 2005.11.25 1763 218
1029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2001.08.13 1762 235
1028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1] 2001.04.28 1758 321
1027 소나기 - 전남진 2002.05.16 1757 188
1026 트렁크 - 김언희 2001.04.11 1757 332
1025 피할 수 없는 길 - 심보선 [1] 2011.02.14 1756 134
1024 혀 - 장옥관 2010.02.12 1756 147
1023 빨간 모자를 쓴 사내 - 문신 [1] 2005.10.28 1756 207
1022 문 열어주는 사람 - 유홍준 [1] 2005.04.25 1756 186
1021 육교 - 최을원 [4] 2004.02.28 1756 193
1020 아카시아 - 박순희 2001.06.14 1756 313
1019 삼십 대의 병력 - 이기선 [2] 2004.09.01 1753 182
1018 내가 내 안의 나인가 - 김정숙 [10] 2004.04.02 1750 200
1017 나귀처럼 - 김충규 2006.07.13 1749 236
1016 겨울나무 - 이기선 [1] 2008.09.11 1739 100
1015 기도와 마음 - 이지엽 2008.03.24 1738 157
1014 장미 - 박설희 2009.03.09 1737 98
1013 이 밤이 새도록 박쥐 - 이윤설 2006.12.20 1736 233
1012 희망에 부딪혀 죽다 - 길상호 2004.06.04 1735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