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름 - 배영옥

2007.08.30 16:34

윤성택 조회 수:1312 추천:105

「주름」 / 배영옥 (199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 / 《현대시》 2007년 9월호


        주름

        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감상]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금을 <주름>이라고 합니다. 이 시는 <주름>에서 시적 모티브를 발생시키고 거기에서 면밀한 분석으로 몸을 해석해냅니다. 늙음은 비워내는 것이고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겠지요.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좋은 시에는 읽는 이를 압도하는 새로움이 있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세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지요.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건, 우리네 삶에서 <울음>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잔잔하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031 어떤 전과자 - 최금진 2007.10.23 1243 130
1030 도망자 - 이현승 2007.10.17 1149 114
1029 퉁소 - 김선우 2007.10.12 1259 115
1028 전봇대 - 박제영 [1] 2007.10.01 1387 117
1027 보고 싶은 친구에게 - 신해욱 [1] 2007.09.19 1665 106
1026 누군가 눈을 감았다 뜬다 - 황동규 2007.09.14 1442 102
1025 루드베키아 - 천외자 [1] file 2007.09.07 1202 100
1024 기습 - 김은숙 2007.09.05 1291 120
» 주름 - 배영옥 [1] 2007.08.30 1312 105
1022 문을 닫다 - 문성해 2007.08.28 23781 98
1021 가을비 - 신용목 [1] 2007.08.11 1998 138
1020 지네 -조정 [3] 2007.08.10 1331 129
1019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 1 - 이성복 2007.08.08 1251 129
1018 네온사인 - 송승환 [1] 2007.08.07 2104 126
1017 늪이 잠시 흔들렸던 기억 - 이수익 2007.08.03 1250 124
1016 밤 낚시터 - 조숙향 2007.08.01 1269 120
1015 모과 1 - 유종인 2007.07.25 1318 128
1014 검은 편지지 - 김경인 2007.07.24 1188 144
1013 수화 - 이동호 [2] 2007.07.19 1301 132
1012 저녁 빛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1] 2007.07.06 1575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