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 배영옥 (1999년 『매일신문』으로 등단 ) / 《현대시》 2007년 9월호
주름
주름들은 그렇게 한 몸에 모여든다
마침내 너무 절친해져서는
한 번 자리잡은 주름들은 잘 떠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
바로 주름의 자리,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는 것,
그러므로 밀어낸다는 것은 적극적인 비워냄의 행위이다
아직도 비워야 할 것이 남아 있다는 듯이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할머니
지금은 다만 극단으로 깊은
주름의 골과 골 사이,
온몸이 헐거워지고 있는 주름
[감상]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금을 <주름>이라고 합니다. 이 시는 <주름>에서 시적 모티브를 발생시키고 거기에서 면밀한 분석으로 몸을 해석해냅니다. 늙음은 비워내는 것이고 <있는 힘을 다해 낡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점은, 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겠지요. 매번 강조하는 것이지만 좋은 시에는 읽는 이를 압도하는 새로움이 있고, 삶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새로움이란 세계에 대한 치열한 인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지요. <몸 안에서 몸 바깥으로/ 울음을 밀어내고 밀어내다 멈춘 그 자리>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건, 우리네 삶에서 <울음>이 갖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잔잔하게 읽히면서 깊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