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의 당신》/ 김요일(1990년 『세계의 문학』작품발표로 활동 시작) / 《민음의시》172
사랑
내 안의 당신이
당신 안의 나를 알게 되었지
소문을 버리고, 병을 잊고
피를 씻는 저녁
창을 때리는 저 음악은 당신이 작곡한 슬픈 노래구나
버릴 수 없다면 아무것도 낳을 수 없는 법
붉은 비에 젖어 떨고 있는
당신을, 버린 나는
당신을, 가진 나는
밥 짓는 냄새에도 울컥,
입덧을 한다
[감상]
사랑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과, 당신이 나를 생각하는 것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닥친 현실에서 벗어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빚어진 일입니다. 간간이 들리는 이야기도 믿고 싶지 않고, 몸이 아픈 이 현실도 때론 음악의 한 소절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버려야만 가질 수 있는 것, 그 감정의 미묘한 울림이 전해집니다. 서로 소유하고 싶은 열망이 서로를 닮은 생명을 잉태하듯, 그렇게 사랑은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