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해바라기 - 박성우

2006.12.02 14:54

윤성택 조회 수:2122 추천:232

<해바라기>/ 박성우/  《시와사람》 2006년 겨울호


        해바라기

        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

        참 모질게도 딱,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 피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말동무 하듯 잔소리하러 오는
        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모종하고 거름내고 지주 세워주고는
        이제나 저제나 꽃 피기만 기다린 터에
        야속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여
        해바라기가 내려다보는 옆집 담을 넘겨다보았다

        처음 보는 할머니와
        나란히 마루에 걸터앉은
        옆집 억지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등에 슬몃슬몃 손 포개면서,
        
        우리 집 해바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감상]
간절히 원해서 이뤄지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은 종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은 설레임, 아픔, 안타까움까지 포괄된 운명적이고 때론 비극적인 상징입니다. 이 시는 <해바라기>를 중심축으로 화자와 이웃집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드라마틱하게 형상화해냅니다. 일테면 <모종하고 거름내고 지주 세워>준 화자가 해바라기에게 사랑을 갈구했다면, 그것을 알면서도 <등 돌려 옆집 마당보고>핀 해바라기의 속내는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행했던 우리네 마음입니다. 이 시가 억지쟁이 할아버지의 해피엔딩만 다뤘다면 그리 표가 나지 않았겠습니다만, 독자를 <우리 집>쪽의 애달픈 편에 서있게 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매력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1151 목수의 노래 - 임영조 2002.12.06 949 167
1150 1월의 폭설 - 홍신선 2003.02.06 949 182
1149 자폐, 고요하고 고요한 - 최을원 2009.12.15 949 129
1148 황실대중사우나 - 전윤호 2002.12.10 950 191
1147 무너진 다리 - 송재학 2003.01.02 950 170
1146 로컬 버스 - 김소연 2010.01.19 952 113
1145 뻘 - 유지소 2002.12.13 954 161
1144 붉은 염전 - 김평엽 2009.12.10 954 131
1143 푸르른 소멸·40 [즐거운 놀이] - 박제영 [1] 2002.11.14 955 172
1142 누와르론(論) - 박수서 2003.08.07 955 149
1141 빗방울 화석 - 배한봉 2003.01.07 956 168
1140 불찰에 관한 어떤 기록 - 여태천 2003.07.01 956 201
1139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2003.10.21 959 156
1138 낯선 길에서 민박에 들다 - 염창권 2003.05.16 962 161
1137 산란 - 정용기 2003.08.01 962 167
1136 묵음의(默音) 나날들 - 은 빈 2003.02.12 964 158
1135 낙마 메시지 - 김다비 2003.06.09 971 176
1134 철자법 - 문인수 2003.05.15 972 166
1133 늙은 정미소 앞을 지나며 - 안도현 2003.04.21 976 155
1132 개심사 거울못 - 손정순 2002.11.04 978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