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식 / 신용목/ 『시작』가을호(2002)
다비식
바위 위에 바위보다 한 발은 더 바다로 나가 석양볕에 늙은 뼈를 태우는 해송을 본다
서해 변산
물 위에,
하늘의 다비식
가지 저 끝에서 타올랐으니 그래서 어두웠으니
휘어진 허리 감고 사리 같은 달과 별 더러 나오리
날마다, 그러나 파도 끝 붉게 젖은 때
또 한 줄 바람을 긋고 갈라지는 채석강
[감상]
TV 애국가 2절쯤 나왔을까요, 무심코 지나쳤던 해질녘 나무의 영상이 떠오르네요. 이 시가 놀라운 것은 "다비식"이라는 주제와 해질녘의 풍경을 절묘하게 이뤄놓은 비유의 솜씨입니다. 달과 별을 "사리"로 만들어버리는 수사에 고개를 끄덕일 뿐입니다. 깔끔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