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블루스를 추고 싶다 - 함태숙

2005.02.01 11:01

윤성택 조회 수:1150 추천:196

<블루스를 추고 싶다> / 함태숙/《현대시》2005년 2월호

        블루스를 추고 싶다

        시간이란
        이제 보니 촉각 같은 것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디스코를 출 만큼
        청춘에 몰입하지도
        블루스를 출 만큼
        인생에 연민도 없던 시절
        쾌속선 한 척 빠르게 지나보낸
        물과 같으리라 생각했지만
        늙는다는 것은
        하중을 싣는 곳만 모질어져
        긴 쇳소리를 내는 철길
        두 철로 사이
        만져지지 못해, 나의 중심은 비었다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머리 위 조명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전이었던
        그 많은 나이트 나이트들을
        이제 보니 시간이란
        오랜 키스 같은 것인데
        영혼이 자신의 물질성을 이해할 때까지
        조금만 더 천천히 더듬어 달라
        전신을 휘감은 블루스처럼
        치렁치렁 엉키며
        흐느끼며
        나의 모든 맛을 그대에게 주고 싶다
        영업, 시간이 끝나도
        우리가 한 몸으로 빙빙 돌 수 있게
        어느 나이트에서건
        어느 별자리에서건

[감상]
시간을 '촉각'으로 보는 감각이 아련한 스킨쉽으로 청춘에게 데려다줍니다. 시에서 오는 진솔함으로 인해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한때 고고장이었거나 스탠드바였거나 락카페였거나 노는 물은 달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밤새 밤을 견뎌본 적이 있겠지요. 살다보면 그때 '왜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당당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어느 별자리에서건, 청춘은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471 포레스트검프 - 문석암 [3] 2005.01.27 1331 220
» 블루스를 추고 싶다 - 함태숙 2005.02.01 1150 196
469 겨울판화 - 정주연 2005.02.03 1296 192
468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 - 박후기 2005.02.04 1248 168
467 물방울 송곳 -안효희 2005.02.14 1257 183
466 침몰 - 서동인 [1] 2005.02.16 1293 189
465 상계동 비둘기 - 김기택 2005.02.23 1126 163
464 오토바이 - 이원 2005.02.24 1231 181
463 위험한 그림 - 이은채 [1] 2005.02.25 15698 191
462 활엽 카메라 - 김정미 [1] 2005.02.28 1259 217
461 왕오천축국전 - 차주일 2005.03.03 1198 191
460 방안에 핀 동백 - 홍은택 2005.03.07 1190 177
459 사랑 - 고영 [5] 2005.03.08 2366 219
458 그녀의 꽃밭 - 유미애 2005.03.11 1562 202
457 줄 - 이명훈 2005.03.15 1219 198
456 죽순 - 이병일 [1] 2005.03.17 1236 195
455 봄볕을 두드리다 - 고명자 2005.03.18 1726 185
454 마당의 플라타너스가 이순을 맞은 이종욱에게 - 이종욱 2005.03.21 1054 186
453 복덕방 노인 - 조영석 2005.03.22 1144 188
452 기발한 인생 - 정병근 2005.03.24 1468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