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를 추고 싶다> / 함태숙/《현대시》2005년 2월호
블루스를 추고 싶다
시간이란
이제 보니 촉각 같은 것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디스코를 출 만큼
청춘에 몰입하지도
블루스를 출 만큼
인생에 연민도 없던 시절
쾌속선 한 척 빠르게 지나보낸
물과 같으리라 생각했지만
늙는다는 것은
하중을 싣는 곳만 모질어져
긴 쇳소리를 내는 철길
두 철로 사이
만져지지 못해, 나의 중심은 비었다
왜 견뎌주지 못했을까
머리 위 조명을 비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암전이었던
그 많은 나이트 나이트들을
이제 보니 시간이란
오랜 키스 같은 것인데
영혼이 자신의 물질성을 이해할 때까지
조금만 더 천천히 더듬어 달라
전신을 휘감은 블루스처럼
치렁치렁 엉키며
흐느끼며
나의 모든 맛을 그대에게 주고 싶다
영업, 시간이 끝나도
우리가 한 몸으로 빙빙 돌 수 있게
어느 나이트에서건
어느 별자리에서건
[감상]
시간을 '촉각'으로 보는 감각이 아련한 스킨쉽으로 청춘에게 데려다줍니다. 시에서 오는 진솔함으로 인해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한때 고고장이었거나 스탠드바였거나 락카페였거나 노는 물은 달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밤새 밤을 견뎌본 적이 있겠지요. 살다보면 그때 '왜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당당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기억 때문에 어느 별자리에서건, 청춘은 아름다워질 권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