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내이> / 김자흔/ 《내일을 여는 작가》2004년 겨울호 신인상 당선작 中
목내이
한 구의 살아 있는 미이라를 보았다
인공위성이 찍어보낸 화성의 분화구처럼
숭숭 삶들이 빠져나간 육신의 구멍,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멍 뚫린 분화구에 물 흐르던 흔적이 보인다
지금 미이라는 협곡의 물줄기를 찾아 헤매는가
숨소리 가랑가랑 잦아들고 있다
활시위를 당겨도 될 만큼
열두 쌍의 늑골을 차례로 누이고
미이라가 앙상한 무릎 뼈를 곧추 세운다
짧은 빛살 분화구 속으로
푸스스 떨어져내리는 살비듬들,
마른 입술이 하얗게 타들어간다
드디어 물꼬를 찾아낸 걸까
힘겨운 손짓으로 미이라가 교신을 보낸다
바쁜 길 어떻게 왔냐고,
송출한 무전을 감지하는 순간
흉부가 거칠게 들썩인다
이마에 가 닿는 손길 황급히 거두며
재빨리 무선 송출을 차단시킨다
분화구를 적시는 뜨거운
눈물!
폐암 구멍에 링거줄 하나 꽂지 못한
한 구의 미이라,
그 미이리가 더듬더듬 협곡의 물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감상]
목내이(木乃伊)는 미라와 같은 뜻으로 산송장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폐암 말기가 되면 미라처럼 몸이 수척해진다고 하는군요. 이 시는 환자의 고통과 방문자의 연민을 컴퓨터 단층촬영 모니터와의 ‘교신’으로 풀어냅니다. 몸의 전부가 하나의 자의식으로 움직이는 거라면 폐의 부분 부분조차 의식이 떠도는 ‘협곡’이겠다 싶습니다. 마른기침으로 토해내고 토해내 이젠 피까지 뿜어 올리는 고통에서도 생명의 물길을 찾으려는 의미가 사뭇 울림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