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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이병률

2005.07.12 11:01

윤성택 조회 수:1719 추천:191

<사랑의 역사> / 이병률 / 2005년 《서정시학》여름호


        사랑의 역사

        왼편으로 구부러진 길, 그 막다른 벽에 긁힌 자국 여럿입니다

        깊다 못해 수차례 스치고 부딪힌 한 두 자리는 아예 음합니다

        맥없이 부딪혔다 속상한 마음이나 챙겨 돌아가는 괜한 일들의 징표입니다

        나는 그 벽 뒤에 살았습니다

        잠시라 믿고도 살고 오래라 믿고도 살았습니다

        굳을만하면 받치고 굳을만하면 받치는 등 뒤의 일이 내 소관이 아니란 걸 비로소 알게 됐을 때

        마음의 뼈는 금이 가고 천장마저 헐었는데 문득 처음처럼 심장은 뛰고 내 목덜미에선 난데없이 여름 냄새가 풍겼습니다


[감상]
우리 몸의 심장은 왼쪽에 있습니다. 심장을 긁히듯 몇 번의 사랑이 다녀간 것일까. 인연이다 싶어 건넸던 마음이 상대에 의해 무색해지던 그 너머에 진정한 <사랑>이 있습니다. 잠시, 아니 오래라고 믿는 진실한 사랑. 그러나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또한 <내 소관>이 아닌 것은 운명과도 같은 느낌이겠지요. 사랑하게 되면 나타는 증상, 그리고 땀에서 느껴지는 페로몬. 이 시는 이러한 <사랑>이라는 관념을 구체적인 일상으로 빗대어 빼어난 비유로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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