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여행과 같다면
추억은 그날을 기록한 노트다.
그러니 다 적을 수 없어서,
여행은 추억으로 낡아간다.
지나고 보면 이 여행을 위해
시간이 행간을 비워왔다는 걸 안다.
늙어간다는 건 제 안의 낱낱 페이지와 글귀가
몸에 새겨 오는 것.
어떤 사람은 미소를 갈피에 내고,
어떤 사람은 슬픔을 미간에 접어둔다.
다 그렇게 시간에게서,
시간에게로 지나온 필력을 어쩌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아직도 훗날을 기다린다는 사실.
늦은 밤 추억을 펼치면
그날이 오늘에게 묻는다.
꿈은 그날이 지금껏 써내려간
길고 긴 연서였다고.
한때 나였던 적이 있듯
그때 꿈이 아직도 이 봄을 써내려간다.
그날이 주술관계를 바꿔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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