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보안등 포말

2013.03.11 17:03

윤성택 조회 수:238 추천:13




바닷가에서는 보안등 불빛에도 포말이 있습니다
잘게 부서지는 빛의 조각이
시린 눈 속으로 떠밀려옵니다
전신주는 느슨하게 저녁을 쥔 채
카메라에 정박해 시선 속으로
고요하게 닻을 내렸습니다
바람소리, 파도내음이
전깃줄에 실려 어느 먼 시간을 켜주고 있는지
그때가 언제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사진이 나를 들여놓고 머리결을
그 바람으로 쓸어 내립니다
그날 포장마차는 불콰한 청춘에게
잔을 건네며 사랑 따위를 안주로
내놓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바다는 항상 쓴 소주처럼 쓸쓸했다는 것
한쪽 눈을 감으면 서해안 어느 포구의
외눈 가로등이 눈뜰 것 같은 날입니다
나는 기억에 사다리를 놓고
가설 전등 하나 달면서 구름의 문양에
맥주 거품을 묻힙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5 태풍 2020.09.04 4740
144 눈이 온다는 건 2013.12.04 2612
143 폭염 2020.08.17 2588
142 빗물처럼 file 2014.02.12 2123
141 비가 좋다 file 2015.05.11 2092
140 詩를 사랑하는 가슴에게 2015.06.02 2045
139 새벽은 음악이 아프고 2014.01.09 1962
138 성에 file 2014.02.03 1889
137 붐비는 날들 file 2013.12.24 1875
136 상상 file 2014.01.14 1847
135 눈빛에 대하여 2014.10.07 1793
134 가을 file 2013.10.17 1790
133 안부 file 2013.11.26 1745
132 2014.01.07 1271
131 벚꽃 file 2015.04.27 1141
130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1 2011.03.11 963
129 2009.05.23 931
128 충혈 file 2013.12.11 831
127 잠들기 직전 2014.03.07 819
126 생도 다만 멀미일 뿐 2019.11.29 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