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폭염

2020.08.17 18:59

윤성택 조회 수:2588



찌는 더위 속 에어컨 바람이 파충류 피부처럼 팔뚝을 쓰윽 훑고 지나간다. 막다른 구석에서 배밀이하듯 뒤도는 오싹함이랄까. 오늘따라 모자를 쓰고 싶더라니. 밖은 폭염이 그늘을 덕지덕지 묻힌 채 졸고 있는데, 나는 보아뱀 속 같은 침침한 실내에서 코끼리마냥 코를 실룩거리고 있다. 커피향은 요란하다. 들들들 원두가 갈리는 소리, 생택쥐페리가 타고 다녔을 비행기 프로펠러 도는 소리. 그렇게 음악을 티스푼으로 저어 얼음과 섞으라는 건가. 상상이 유리잔 표면에 맺히고, 그 너머 나도 유리창에 비친다. 어느새 신발 벗고 의자 위에서 양반다리로 앉았구나. 그래, 습관은 자세가 길들여온 애완 같은 거지. 턱을 괸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던 4시가, 자꾸만 3시의 너를 떠올리게 한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25 철(撤) file 2013.12.19 747
124 무게 file 2014.03.07 742
123 새벽 두 시 2010.03.04 732
122 변신 file 2014.01.28 724
121 생각이 결려 file 2014.03.07 721
120 기억은 난민 file 2014.04.09 709
119 7cm 눈 file 2013.12.16 709
118 한 사람 file 2013.12.10 633
117 마음일기 1 2008.01.31 629
116 운명도 다만 거처 2019.03.20 603
115 마음일기 3 2008.02.12 593
114 접촉이 두려운 계절 2020.02.08 571
113 스마트한 봄날 2020.04.23 542
112 여행 2008.12.23 539
111 그대 생각 file 2013.10.25 521
110 밀교 2020.03.25 469
109 一泊 2013.10.10 462
108 불현듯 내가 2008.12.04 439
107 거래 file 2013.12.31 432
106 마음일기 2 2008.02.02 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