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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2021.08.25 14:33

윤성택 조회 수:97

시름시름 앓던 허브가

거의 말라 누렇게 되었을 때

마지막이다 싶어 밖에 내다놓았다.

 

그리고 잊었다.

 

오며가며 눈길이 닿았지만

뿌리가 썩었을 텐데, 하면서

돌아서곤 했다.

 

그러다 오늘,

그 앞에 쪼그려

네가 보내주는 향기를 맡는다.


hhhh.jpg

 

꽉 막힌 안에서

나는 너에게 바라기만 했던 건 아닐까.

바람 한 점 없는 구석에서

너는 너대로 나를 비워갔으리라.

 

그리고 우린

몇 발짝 문을 건너가 타인으로

몇 달을 지냈다.

 

돌이켜보면 집착이 서로를

숨 막히게 했다.

 

폭염이 들끓던 여름

단 한 번 물도 주지 못해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에도

차마 들여 놓지 못해서

 

나는,

너에게 향기가 없구나.

 

쪼그려 앉은 무릎이 자꾸만 바닥에 닿는다.

그래,

이렇게

너를 본다,

사진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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