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자신과 타인이라는 관계의 공간을 만들고, 그 속에 벽보처럼 인연의 것들을 여기저기 붙여 두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DNA에 남길 기념할만한 표식을 남겨 두어야 한다. 사랑, 희망, 혹은 절망 같은 종(種)의 유전코드. 그런 의미에서 生은 일종의 바코드이다. 나를 인식하는 수많은 눈들이 훑어 지나가는 과정을 견뎌야 한다. 아니 그것은 나를 진열해온 여행이 운명의 역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삶은 기한이 찍혀 있는 불안한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걸, 당신과 무관하게 증명해야 한다. 여전히 이 서술은 어떤 힘에 의해 교정되고 있다. 미립자들이 확장되어 있는 그 극단과 극단이 일순, 교차되는 순간 나는 존재한다. 그러니 여행지에서 이 글은 일종의 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