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후룹

2020.09.28 18:53

윤성택 조회 수:296

건널목에서 아아, 가을이다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고 고갤 숙이는데,

호흡 안으로 딸려오는 소리.

후룹,

비강에서 이는 청량함.

봄과 여름을 지나오면서

처음 듣는 이 촉촉한 리듬,

왜 이리 경쾌한지.

콧속에도 가을이 들었구나.

조금씩 물드는 잎새들과

일찍 켜진 간판들,

올 굵은 스웨터.

반가워 울 뻔한 젖은 콧속이 찡해온다.

오늘은 누구도 모를 비밀도

머플러를 둘렀겠다.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팔짱을 끼는 건

어깨를 좁혀 가을에 끼워보는 일.

버스 안에서 떨어뜨린 책갈피 줍느라

후룹,

를 들이마시는 일.

내 건조한 낱장에

뭔가 쓰여 지는 이 습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5 저녁 2009.04.01 263
64 영하 6도 2008.11.18 262
63 도시 file 2013.02.19 260
62 한 잔 하늘 2010.10.27 258
61 2008년 11월 20일 12시 47분 2008.11.21 257
60 밤기차 2009.03.09 255
59 2009.03.02 254
58 여행, 편지 그리고 카메라 10 2011.02.16 249
57 그리운 것들이 연대하는 2009.11.18 245
56 신묘년 새해 2010.12.31 243
55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는 것은 자연의 신념이다 2008.11.01 242
54 우울 2013.08.29 240
53 이 저녁은 2009.11.05 240
52 서술 2008.12.02 240
51 전기자전거 2008.11.07 239
50 보안등 포말 file 2013.03.11 238
49 새벽 공기 2013.07.26 237
48 나무 2009.11.04 236
47 끌림 2009.03.25 236
46 드라마 2013.09.23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