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붉은 꽃과 마주쳤다. 그냥 덤불인 줄만 알았던 길섶의 수풀이 진달래였다니. 파카를 껴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지나는 내가 저들에게는 어떤 군락으로 보였을까. 산행객들은 땅을 쿵쿵거리며 저 봉오리들을 조금 더 열게 했을지도.
증명서 같은 꽃 핀 자리마다 아침볕이 직인처럼 바닥에 눌러 붙어 있다. 길이 있는 것 같아 좀더 걸었던 그 끝에 촉촉하고 검은 눈빛의 고라니가 있었다. 고라니나 나나 서로 놀라 멈칫 했던 그 짧은 순간, 기류로 관통하는 생애를 본다. 예감은 늘 미래를 과거로 만든다. 나는 죽어서본 이 봄을 기억하고 있나. 놀란 피부 같은 봉분들. 시간이 쿵쿵거리며 달아나고나면 이 산도 허물어져 모래의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진행 중인 눈빛과 눈빛의 순간. 누가 먼저 눈을 떼나, 이 지구에서.